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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과학의 제도화

by trendbite 2023. 7. 28.

인지과학의 제도화

 

이러한 각 분야에서의 발전상은 위와 같이 학문적 경계를 두어 분류하여 기술하였기에 독립적인 활동으로 간주되기 쉬우나, 실상은 학문간 경계가 없이 활발한 학제적 상호작용의 결과에 의해 수렴적, 융합적으로 상승적으로 발전된 경우가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자연히 상호작용의 구체적 마당의 제도화의 필요성을 부상시켰다.

그러나 전통적인 다른 개별 학문처럼 새로운 학과를 만든다는 것은 제도적 현실로나, 학문 발전 가능성으로나 인지과학 초기에는 절실성이 다소 부족하였다. 따라서 두세 개의 대학을 제외하고는 독립적 인지과학 학과를 창설하는 대신 자연적으로(의도적이라고 하기보다는)인지과학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인지과학의 연구와 교육, 그리고 학술적 모임의 마당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태동이 미국내에서는 인지과학과 관련된 학문 체계와 대학에서의 연구 및 교육의 제도상의 커다란 변화로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경우 Sloan재단 등의 선견지명이 있는 지원이었다.

일찍이 1950년대의 정보이론 및 인지과학 관련 심포지엄들을 지원했던 슬로언재단은 1979년만 해도 MIT 등 6개 대학에 인지과학연구센터나 과정을 설립하는 데에 각 대학 별로 약 6 억원(40~50만 달러) 정도를 지원하였으며, 1980년에는 시카고 대학 등 다른 7개 대학의 인지과학 관련 과정 설치, 연구 및 교육, 기타 학술활동을 위해 비슷한 규모의 재정적 지원을 하였다.

8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인지과학의 토대 구축

그리고 1981년에는 다시 8개 대학 기관에 인지과학 관련 연구센터, 학과,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데에만 각 대학별로 7억여원 내지 27억원 ($50만 내지 $2백5십만)씩을 지원하였다. Sloan 재단은 미래의 정보화 사회, 지식 사회, 인간중심 사회의 기반 학문은 다름 아닌 인지과학과 그 응용적 적용 임을 일찌감치 예견한 때문이었다(그림 9의 인지과학을 구성하는 여러 학문 사이의 관계에 대한 그림은 Sloan재단의 보고서에서 처음 제시되었다.). 이후의 인지과학 지원은 1982년-1984년 사이에는 Sloan 재단 대신에 System Development 재단이, 1985년 이후에는 주로 미 국립과학재단(NSF)이 맡게 되었다.

이러한 사립 재단과 국가기관의 거시적 관점에 따른 지원 하에서 미국의 상위권 대학에는 인지과학 연구센터, 인지과학 대학원 또는 학부 과정의 인지과학 학과나 과정이 설치되었고, 많은 우수한 학생들과 연구자들이 몰려들었다.

대학에서의 인지과학의 제도화와는 별도로, 학회 측면에서의 제도화 시도가 또한 이루어졌다. 학문 분야 간의 의사소통 및 인용의 기회를 넓히기 위해 미국에서는 1977년에 ‘Cognitive Science’ 잡지가 개간 되었고, 이어서 다른 관련 잡지들이 출간되고, 1979년의 인지과학학술대회를 기점으로 미국’인지과학회(The Cognitive Science Society)’가 설립되었다.

유럽에서도 이러한 미국의활발한 인지과학적 움직임의 영향을 받아 1980년대 전반에 많은 대학과 연구소들에서 인지과학관련 연구들이 이루어졌다. 전 유럽적 인지과학 연구/교육 프로그램이었던 FAST프로젝트가 이를 잘 반영한다.

 

인지과학의 청년기

 

이러한 인지과학의 학문적, 제도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지과학의 고전적 인지주의(컴퓨터 메타포)접근의 기본 틀에 대한 회의가 점차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고전적 인지주의의 인지 현상에 대한 개념화와 연구 주제의 선택 등이 통사적 계산 중심의 컴퓨터 메타포가 지니는 한계성으로 인하여 너무 편협하게 되었다는 인식, 즉 기존의 접근의 한계성에 대한 인식이 인공지능, 심리학, 철학 등을 중심으로 번지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불만의 시기’는 곧 돌파구를 찾는 시도들로 이어졌다. 지난 20여 년을 이끌어 온 인지과학의 전통적 관점이 지니는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수정적 움직임 또는 새로운 대안적 접근들이 80년대 중반부터 대두하여 인지과학을 그 기초부터 재구성시키며 변모시키기 시작하였다. 이들 새로운 움직임들을 몇 개의 범주로 묶어 제시하자면 다음과 같다.

연결주의

연결주의 또는 신경망적 접근으로 불리는 이 접근은 전통적 컴퓨터 은유적 (Computer Metaphor) 인지과학의 입장에 대립되는 뇌 은유적 (BrainMetaphor) 입장을 제시하였다. 마음이라는 정보처리적 시스템은 표상과 처리 구조가 구분되지 않으며, 상징(기호)체계라고 하기보다는 상징 이하의 (sub symbolic) 체계이고, 정보의 병렬적 처리, 정보의 분산적 중복 저장이 그 특성이며, 튜링 식의 처리 규칙이 별도로 내장되어 있지 않는 시스템이라고 보았다.

마음에서의 정보처리의 본질이 신경단위망(network)형태의 연결 속에서의 상호 연결 강도의 조정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연결주의는 전통적 ‘상징조작체계의 마음’ 관점을 대치할 수 있는 접근으로 간주하기도 하였고, 전통적 상징 체계 입장이 설명하지 못하는 또는 기술하지 못하는 현상에 대한 보다 경제적인 설명을 제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연결주의는 한동안 인공지능, 인지심리학, 신경과학 등에서 활발한 이론적 모델 형성 작업을 촉발했다(Rumelhart, McClelland, et al, 1986). 또한 이러한 연결주의 자체가 지니는 제한성, 즉 기술과 설명의 범위의 제한성도 드러났다.